헌법 84조 논란, 2가지 핵심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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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재판이 중단되며 헌법 84조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다루는 이 조항의 '소추'가 기소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를 둘러싼 법적 논란과 법원의 첫 판단을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헌법84조 글 표지
헌법84조


멈춰 선 대통령의 재판, 헌법 84조가 소환된 이유


최근 대통령 당선인의 기존 형사 재판이 중단되는 첫 사례가 발생하며 대한민국 헌법 84조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역사상 유례없는 상황 속에서, 이 조항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법조계의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헌법의 중요한 조항 중 하나인 제84조의 의미를 살펴보고, 최근 법원의 판단을 통해 드러난 핵심 쟁점을 명확하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1. 헌법 제84조란 무엇인가: 대통령 불소추 특권


우선 헌법 제84조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이 조항은 대통령에게 부여된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 목적은 대통령이 임기 동안 외부의 정치적 공격이나 사법적 절차로 인해 국정이 마비되는 것을 방지하고, 국가 원수로서의 직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함입니다.
다만,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가장 중대한 범죄인 '내란죄'와 '외환죄'에 대해서는 어떠한 예외도 없이 재직 중에도 소추가 가능하도록 하여, 특권이 남용될 소지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특권은 오직 대통령 본인에게만 적용되며,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 등은 대상이 아닙니다.


2. 쟁점의 핵심: '소추'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이번 논란의 가장 중심에는 '소추(訴追)'라는 단어의 해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헌법 84조가 말하는 '소추'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 왔습니다.


1) 재판은 계속된다는 '협의설(좁은 의미)'


첫 번째는 '소추'를 검사의 '공소 제기(기소)' 행위로 한정하여 해석하는 관점입니다. 형사소송법상 '소추'는 검사가 특정 형사사건에 대해 법원의 심판을 구하는 행위, 즉 기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주로 사용됩니다.
이 관점에 따르면, 헌법 84조는 대통령 재직 중 새로운 사건으로 '기소'하는 것만 막을 뿐입니다. 따라서 대통령 취임 이전에 이미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불소추 특권이 적용되지 않으며, 재판은 중단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즉, 면책 특권이 과거의 행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막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2) 재판까지 중단된다는 '광의설(넓은 의미)'


두 번째는 '소추'를 기소뿐만 아니라 재판의 진행을 포함한 모든 형사소송 절차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단순히 기소만 막는다면, 대통령이 재직 내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하고 변론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국정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헌법 84조의 입법 취지인 '대통령 직무의 안정적 수행 보장'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이라 할지라도,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임기 중에는 그 절차를 정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입니다.


3. 최근 법원의 판단: '재판 중단'에 무게를 싣다


이처럼 해석이 분분하던 가운데, 최근 법원이 역사적인 첫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기존에 진행되던 재판들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상황입니다.


먼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헌법 84조를 근거로 재판 기일을 '추후 지정'하며 사실상 재판을 중단했습니다. 이는 '소추'의 개념을 넓게 해석하여, 진행 중인 재판에도 불소추 특권이 적용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뒤이어 서울중앙지법 역시 이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재판을 동일한 이유로 중단시키며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었습니다. 두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다른 공동 피고인들의 재판은 분리하여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러한 연이은 법원의 결정은,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기소된 사건이라도 임기 중에는 재판이 중지된다는 명확한 선례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남은 위증교사, 대북 송금,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재판 역시 같은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매우 커졌습니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헌법 84조의 '소추'에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된다는 첫 사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며, 대통령의 사법적 책임과 국정 운영의 안정성이라는 두 가치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갈 것인지에 대한 깊은 사회적 논의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논란이 향후 헌법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